휴대전화 요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휴대전화 통화가 많지 않은 소비자들은 이런 고민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특히 노인들과 가정주부들이 대표적인 예일 듯하다. 이들의 휴대전화 요금은 월 2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일반적인
휴대폰 요금제의 경우 기본요금이 1만5000원 안팎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난 25년간 미국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발명품으로 꼽힐 정도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휴대폰. 하지만 요금 부담으로 인한 고민은 적지 않다.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별정통신사업자 스페이스네트(대표
김홍철)는 이 문제에 도전하는 기업이다. 김홍철 대표(45)는 ‘프리티(freeT) 서비스’라는 새로운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개발해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휴대폰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이동통신사와 제휴, 이들의 통신망 자원을 이용해 이동통신사가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고객층에 알맞은 차별화된 요금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프리티 서비스(www.freeT.co.kr)의 콘셉트는 이렇다. 비싼 기본료 부담을 대폭 낮췄다. 수신은 언제나 가능하다. 필요 없는 부가 기능들 때문에 비싼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 서비스는
LG텔레콤의 통신망을 사용해 제공하는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다. 기존 이동통신사의 주요 원가 요인이었던 단말기 보조금, 가입자 유치 및 마케팅 비용, 고객 관리 비용을 줄이고 본인이 사용한 통화량에 대한 비용만을 고객에게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저렴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대표는 “주부 노인 어린이 등 상대적으로 통화량이 적은 고객의 경우 스페이스네트의 ‘프리티(freeT) 실속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가입비는 무료이고 기본료 통화료 등이 다른 이동통신사보다 저렴해 통화료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다른 이동통신 업체의 실버요금제의 경우 가입비가 3만 원에서 5만5000원, 기본료는 9000~1만1000원에 이르고 10초당 통화료는 36~38원 수준이지만 스페이스네트의 프리티 실속요금제의 경우 가입비가 전혀 없고 기본료는 4500원이며 10초당 통화료는 33원에 불과하다”고 덧붙인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부모가 미리 입금해 준 금액만큼만 사용할 수 있어 휴대폰 과다 사용에 따른
신용 불량의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월평균 통화요금이 2만5000원 이하인 고객의 경우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통신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발신 통화량이 아주 적은 고객의 경우 심지어 월 5000원으로 휴대전화를 쓸 수 있다.
지난 2004년 6월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의 가입자는 현재 6만여 명에 이른다. 김 대표는 “점차 이 서비스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올 들어선 신규 가입자가 월평균 3000~4000명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현재 전국의 600여 판매점에서 이 서비스의 가입을 받고 있는데, 연내에 판매점을 3000개 이상으로 늘리는 등 가입자 확대에 노력할 계획이다.
매출액도 서비스 초기인 지난해에는 32억 원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김 대표는 보고 있다.
“스페이스네트가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노력해 온 통신 기술력 덕분”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통신기술을 개발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무선 인터넷, 멀티미디어 등 새로운 부가 기능 개발에 힘쓰고 있을 때, 스페이스네트는 이런 복잡한 기능보다는 기본적인 통신 기능을 저렴하게 쓰고 싶어 하는 고객이 많다고 보고 기술력을 이곳에 집중했다.
스페이스네트는 자체 기술로 이동통신사의 서비스와 차별화된 선불 방식의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 LG텔레콤 통신망 안에 이를 구축했고 자체 통신 서비스 플랫폼도 만들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부된 독립적인 이동통신 서비스 시스템을 완성한 것이다.
KAIST 출신들이 연구개발 주도
한양대 전자공학과와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석사)에서 통신을 전공한 김 대표는 1987년
한국통신(KT)의 전임연구원으로 입사해 전전자교환기(TDX) 개발에 참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1993년에는 길튼정보통신을 창업해 통신망 관리 시스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케이블 모뎀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시스템을 개발해 한국통신, 두루넷, 케이블TV 사업자 등에 가정용 초고속 인터넷 시스템을 제공하기도 했다. 케이블 모뎀의 국산화 투자 와중에 갑자기 불어 닥친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 회사를 타사에 넘긴뒤 1999년에 현재의 스페이스네트를 창업했다.
스페이스네트의 첫 사업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통신망에서의 선불 방식 서비스 시스템 개발이었다. 이 기술을 토대로 LG텔레콤의 선불형 이동통신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0년에는 휴대폰 로밍 및 렌털 시스템을 개발했다. 같은 해 신기술 개발 업체로 벤처 기업 등록을 했으며, 기업 부설 연구소인 이동통신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별정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 등록도 마쳐 통신 서비스 회사로서의 기틀도 마련했다.
이후 다양한 유·무선 통합 빌링 시스템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빌링 시스템은 통신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고객 관리, 한도 관리, 과금, 정산 등 크게 4가지로 구성돼 있으며 관련된 모든 업무를 실시간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핵심은 실시간 빌링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로 무선랜 보안 시스템 개발에 성공한 뒤 한국통신, 데이콤 등에 사내 무선랜 보안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국민대 연세대 이화여대 전남대 등 대학과
서울대 분당병원 등 종합병원에 무선랜 인증 보안 시스템을 설치했다. 무선랜 보안 분야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통신과 휴대 인터넷(WiBro)의 보안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같은해에 휴대폰 전화번호를 이용한 신용 결제 방법에 관한 특허를 등록했고, 2004년에는 현재의 절약형 이동통신 서비스 FreePCS(프리티 서비스의 예전 명칭)를 개발했다. 이 같은 다양한 통신 관련 기술은 김 대표와 사내 연구소를 중심으로 개발되지만 한편으로는 김 대표의 출신 학교인 KAIST 박사들의 도움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동통신 서비스는 현대인의 필수품입니다. 하지만 요금 부담 때문에 이런 문명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받는 계층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이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특히 “휴대폰이 멀티미디어 복합기기로 발전하면서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은 휴대폰 보조금, 각종 멤버십 서비스 제공, 다양한 기능개발 및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휴대폰을 기본적인 통신 수단으로 이용하며 단말기를 오래 쓰는 고객들이 낸 비싼 요금이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꼴이 된다”며 “통신 과소비를 부추기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실용적인 저가 폰과 중고 단말기의 보급사업 등 다양한 사업도 벌이고 있다.
그는 “비싼 요금으로 인해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현상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본인이 쓴 만큼만 부담하는 수혜자 부담 원칙이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에서도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기존 이동통신 업체와는 차별화된 고객층에 다양한 요금제와 서비스로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약력: 1962년생. 81년 구미전자공고 졸업. 85년 한양대 전자공학과 졸업. 87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통신 입사(전임연구원). 93년 길튼정보통신 창업. 99년 스페이스네트창업 및 대표이사(현).
